경주기행, 봉준호가 "교과서"라고 부른 이유가 있었다
봉준호 감독이 직접 GV에 나타나서 "좋은 배우들이 좋은 각본과 연출을 만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작품"이라고 했는데요. 솔직히 이 말 한 마디가 영화관 가는 발걸음을 확 당기게 만들더라고요. 봉 감독이 쉽게 이런 말 하는 사람이 아닌 거 다들 아시잖아요.

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'죽이는 GV 2탄-봉준호 감독 편'이 화제였는데요. 근데 이 자리가 성사된 게 박소담이 봉 감독에게 직접 연락해서였다고 해요. 박소담이 "봉 감독님, GV 가능하세요?"라고 물으니까 바로 "문광과 기정이 하는데 가야지"라고 했다네요. 문광이 이정은, 기정이 박소담이 기생충에서 맡은 캐릭터거든요. 기생충 식구들의 재회라고 봐도 되는 셈이죠.

봉 감독은 이 자리에서 영화의 톤앤매너를 콕 짚었는데, "사건의 무게와 인물의 감정은 깊지만, 때로는 폭소를 자신 있게 선사하는 감독의 패기가 느껴졌다"고 했거든요. 사실 이 말이 경주기행을 딱 정리해주는 말 같았어요.
경주기행 줄거리, 어떤 영화인가요?
8년 전 수학여행에서 막내딸 경주를 잃은 엄마 옥실(이정은)과 세 딸 장주(공효진), 영주(박소담), 동주(이연)가 범인 백상현(변요한)에게 직접 복수하기 위해 경주로 떠나는 이야기입니다.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 상업 영화이기도 하구요.
| 엄마 옥실 | 이정은 | 복수를 완성하는 구심점, 고통과 분노를 품은 인물 |
| 첫째 장주 | 공효진 | 엄마를 과할 정도로 챙기는 맏이 |
| 둘째 영주 | 박소담 | 차갑고 예민하며 가장 외로운 인물 |
| 셋째 동주 | 이연 | 전직 프로레슬러,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만드는 인물 |
| 범인 백상현 | 변요한 | 복수의 대상 |
위 표를 보면 각 캐릭터가 얼마나 선명하게 자기 색깔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. 이 조합 자체가 이미 영화의 절반이라는 말도 과하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.

36년 차 배우 이정은, 처음 걷는 길이라서 더 무서웠다
1991년 데뷔해서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온 이정은인데요. 근데 이 배우가 경주기행을 "도전"이라고 표현했어요. 36년 경력에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게 좀 놀라웠거든요.

이정은은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어요. "안 가본 길이니까." 그러고는 유쾌하게 웃으며 "그리고 주인공을 시켜주니까"라고 덧붙였는데요. 사실 그 웃음 뒤에 진심이 다 담겨 있는 것 같더라고요.
이정은이 특히 솔직하게 털어놓은 말이 있어요. "집요한 배우들을 볼 때 제게 아직도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고 느낀다. 제 뭉툭한 부분을 조금 더 찾아보고 싶었다"는 거였는데요. 김혜자 같은 선배들 연기를 보며 자신이 아직도 타협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죠. 그 솔직함이 오히려 이 배우를 더 믿게 만들었어요.

이정은이 말한 옥실의 마음, "구원보다는 삶의 목표"
영화는 옥실이 형량을 선고받기 전에 끝나는데요. 딸들의 얼굴엔 슬픔과 걱정, 희미한 희망이 섞여 있고, 옥실은 어쩐지 평온해 보입니다. 이정은은 그 장면을 이렇게 해석했어요.
"옥실에게는 구원보다는 삶의 목표였다. 형량은 중요하지 않다. 이걸 완수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새롭게 시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. 딸들과는 무관한, 내 선에서 책임질 수 있는 것을 끝낸 안도감. 다만 행복한 안도감은 아니다."
이 해석이 참 좋았어요. 옥실은 자신을 구원한 게 아니라,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끝을 낸 거라는 거잖아요. 그 무게가 스크린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는 관객들의 반응도 이해가 되더라고요.

공효진·박소담·이연, 딸들의 연기가 영화를 완성했다
사실 이 캐스팅이 완성되기까지 1년 정도 걸렸다고 해요. 이정은이 말했는데, "작은 영화로 시작했는데 딸들이 붙으면서 커졌다. 다 딸들 덕분에 개봉한 것"이라고 했거든요.
| 공효진 (장주) | 모녀 관계를 정교하게 보여주는 장면 | 엄마 안위를 과할 정도로 챙기는 맏이로 연기 |
| 박소담 (영주) | 차가운 연기에서 폭풍 오열, 뼈아프고 뭉클하다 |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갑옷을 두른 인물 |
| 이연 (동주) | 거칠고 터프하지만 섬세한 순간이 돋보인다 | 행동이 먼저 나가는 게 아픔을 덜 느끼는 방법 |
위 표에서 보듯이 세 딸 캐릭터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슬픔과 가족애를 품고 있어요. 이 차이가 영화를 단조롭지 않게 만들어주는 거고, 봉 감독이 "교과서"라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.

이연의 동주, 웃기고 귀엽고 결국엔 가장 아프다
셋째 동주는 전직 프로레슬러 출신이에요. 링네임이 '퍼플 마그마'였다는 것도 귀엽구요. 가족들이 복수 방법 고민할 때 "그냥 지금 죽여버리자"라고 말하는 캐릭터입니다. 툭하면 사고 치고 언니한테 머리통 쥐어박히는 장면에서 진짜 웃음이 나요.

근데 동주한테는 깊은 죄책감이 있어요. 경주를 질투해서 수학여행지를 일본에서 경주로 바꿔달라고 떼를 썼고, 경주가 그 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했거든요. 8년 동안 그 죄책감을 혼자 안고 산 거죠. 옥실에게 "내가 죽었으면 달랐으려나"라고 말하는 장면은... 사실 그 장면에서 눈물이 터진 관객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해요.

경주기행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만든 배우가 결국 가장 깊은 아픔을 남긴다는 역설. 이연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되는 이유가 바로 이 장면들이 아닐까 싶어요.

감독 김미조가 말한 "톤앤매너의 불균질성"의 의미
봉준호가 이 영화의 장르적 혼재를 언급했을 때, 김미조 감독이 직접 답한 말이 꽤 인상적이었어요. "날벌레도 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벌이는,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비효율적인 복수이기 때문에 톤앤매너의 불균질성은 필연적"이라고 했거든요.
맞아요. 사람을 납치해 놓고 벌레 한 마리에 혼비백산하는 가족들의 모습. 그게 이 영화를 일반적인 복수극과 다르게 만드는 핵심이에요. 이 어설픔이 오히려 감정을 더 현실적으로 만들고,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오는 거더라고요.
| 개봉일 | 2026년 8월 26일 |
| 감독 | 김미조 (첫 장편 상업 영화) |
| 배급 | 롯데엔터테인먼트 |
| 장르 | 복수극 + 가족 드라마 + 블랙코미디 |
| 주요 GV | 봉준호 감독 편 (8.26 롯데시네마 월드타워) |
위 표를 보면 경주기행이 어떤 영화인지 한눈에 들어오는데요. 김미조 감독의 첫 장편이라는 게 더욱 놀랍습니다. 봉준호가 "패기"라고 표현한 이유가 있었네요.
솔직히 이런 영화를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. 봉준호가 인증하고, 이정은이 36년 만에 처음으로 진짜 도전이라고 부른 작품.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지더라고요.